티베트 악기재료에 나타난 상징적 의미 - 티베트의 다마루(Damaru)와 캉링(Kangling)1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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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樂論壇」 제29집 ⓒ 2013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2013년 4월, 27-58쪽 한양대학교 티베트 악기재료에 나타난 상징적 의미 - 티베트의 다마루(Damaru)와 캉링(Kangling)1을 중심으로 - 양 인 정 (수원과학대학교 강사) Ⅰ. 들어가는 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악기를 관찰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그 악기에 대한 세 세한 정보를 백과사전식으로 축적하기 위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들이 담고 있는 문화적 신념, 음악적 사고를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작업을 통해 다른 문화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또 그것이 우리가 악기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색다 른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의도 에 적합한 주제를 찾다가 악기재료 중 가장 낯설게 여겨지는 사례에 관심을 갖 게 되었다. 죽은 사람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악기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들 중 대부분은 시체에서 얻어낸 재료를 사용하여 악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접하면 경악스러워하는 것이 첫 반응일 것이다. 마치 호러(horror)물이 나 괴기영화의 장면을 연상하는 듯 섬뜩해 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개중에는 아 주 야만적이라 여겨 혐오스러워한다거나, 비인간적인 미개한 행위라고 지탄하 거나, 혹은 원시시대에나 있을 법한 먼 옛날의 이야기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왜 그러할까? 아마도 죽은 동물에서 얻어낸 재료도 아니고 ‘죽은 사람 으로부터’ 얻어낸 재료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악기’라는 사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여겨져서 일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인간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기 때문이 1 다마루는 모래시계형의 작은 북(hourglass drum)이고 캉링은 사람의 넓적다리뼈로 만든 티베트의 관악기이다. 27 28 양 인 정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현대의 사람들은 죽음을 연상시키는 것들과 대면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자 문화권에서는 사(四)와 사(死)가 발음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건물의 4층이나 14층으로 표시하는 것을 기피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다. 서양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13이라는 숫자를 꺼리는 것 또한 그와 같은 이 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주변을 돌아보면 죽음을 상징하는 물건들 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해골모티브가 바로 그것이다. 해골모티브는 수많은 상 품과 장식품에 자주 등장한다. 펑크족들이나 헤비메탈 밴드들이 착용하는 많은 장신구나 의상에 빈번히 나타나고, 예술품이나 기념품뿐만 아니라 ‘하위문화’ 혹 은 ‘비주류문화’(subculture)라 부르는 집단들도 선정적이고 도전적인 상징으로 이 모티브를 자주 사용하는 점이 그러하다.2 본고에서는 이처럼 상반되는 감정이 병존하는 대상물을 ‘악기’라는 도구와 연결시켜 놓은, 즉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악기에 대한 관념을 가진 특정 지역 의 음악문화를 좀 더 가까이 관찰해보고자 한다. 이 목적을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물음에 초점을 맞추었다. ∙ 왜 하필 그 많은 재료 중에서 인간의 뼈로 악기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 이러한 악기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특정한 문화권의 구성원들은 이 재료에 어떤 상징적 의미를 담아 놓았을까? 악기는 태곳적부터 인간이 의도하는 소리를 내기 위한 도구로 제작되어 왔다.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동물의 소리들을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자연의 소 리를 흉내 내기도 하고, 혹은 자신의 감정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예술적 도구 로 활용하였다. 어떤 지역에서는 지금까지도 초월적인 세계와의 교류를 시도하 는 매개체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서양의 악기들은 과연 어떤 추구방향과 악기관에 근거하여 오늘날 의 모습까지 오게 된 것일까? 서양악기들의 악기변천과정을 살펴보면 보편적으 로 추구하는 방향이 몇 개로 집약된다. 보다 넓은 음역, 풍부한 음량, 다채로운 음색의 표현가능성, 전조와 이조의 용이함, 화려하고 기교적인 연주를 위한 기민 2 지배적인 문화나 체제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서브컬처’는 ‘대항문화’라고 불리우 며 ‘하위문화’(下位文化) 또는 ‘부차적문화’(副次的文化)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서브 '(sub)란 사회적 주류 문화와 가치관으로부터 일탈한, 인종적으로 소외된 그룹이나 스트리트 칠드런(street children), 동성연애자 등의 하위집단이란 의미로, 미디어 문 화 이외의 가치관과 행동양식, 언어 등 원래의 '문화(컬처)'에 대응하는 의미에서 서 브'컬처'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티베트 악기재료에 나타난 상징적 의미 29 성 등에 대한 내용이 악기제작에 커다란 관심사였다. 수없이 다양한 관악기들의 예를 다 열거하는 번거로움을 차치하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악기 두 개만을 떠올려 보자. 중세의 비엘(vielle)에서부터 바이올린까지 이어지는 변천사를 떠 올려보아도 그렇고, 살터리(psaltery)에서부터 오랜 시간동안 변화에 변화를 거 듭해서 탄생한, 서양악기 중에 독보적인 존재라 할 수 있는 피아노의 발달과정 을 들여다보아도 이 추구방향은 맞아떨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악적인 내 용을 얼마나 다양하게 표현해낼 수 있느냐라는 기준이 어떤 식의 악기를 만들 것인가 혹은 어떤 식으로 악기를 개량해 나갈 것인가의 척도가 되어 왔다는 것 이다. 따라서 서양의 악기제작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바로 ‘물리적’ 소리의 더 많은 변화를 모색하는 데에 쏠려왔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악기제작과 관련해서 비서구 지역에서도 이런 추구방향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고 본다. 지면상의 한계로 여기서는 수많은 세계의 다양한 악기들을 낱낱이 비교할 수는 없고 이 물음에 적당한 답을 제공해줄 수 있는 티베트의 두 악기만을 연구대상 으로 삼기로 한다. 티베트 문화권에서 다음과 같은 두 악기의 쓰임새와 상징적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티베트 음악문화에 대한 이해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에 이 논문의 의의를 찾고자한다. Ⅱ. 티베트의 악기 인류음악사를 접하다 보면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식물과 동물에서 얻은 것뿐 만 아니라 사람의 뼈, 가죽, 머리털을 이용하여 악기를 만들어 온 사실들을 곳곳 에서 발견하게 된다. 이 같은 풍습은 단지 그들 주변 생활환경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평범한 재료들을 자연스럽게 이용한 것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대상물이 필요해서 의도적으로 선택된 경우가 많다. 이러 한 태도는 두개골 숭배사상3이나 주물사상4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되 3 두개골 숭배행위는 구석기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 는 현상이다. 두개골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다른 부위의 뼈, 가죽, 두발 등 유체를 보존하고 숭배해온 이유는 이 재료들에 영혼이 영구히 살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조상의 뼈를 모아 사후에 보존해 놓고 정기적으로 조상을 기리는 제례를 지내고, 또 다른 곳에서는 반대로 전쟁에서 적의 머리를 사냥하여 용맹을 과시하는 전승기념품으로 지니고 다니며 죽인자의 생명력을 소유했다고 믿는 풍습 을, 기독교 문화권에서도 오래 전부터 성유물을 성소에 간직하고 숭배해온 관습 등 이 있어 왔다. 이 모든 행위의 밑바탕에는 두개골에 신비한 영력(靈力)이 담겨 있어 초자연적인 마력을 발휘한다는 사상이 깔려 있다. 4 초자연적인 힘과 능력이 부여되어 있다고 믿어진 자연이나 물건에 대한 숭배의 총 칭. 이를 단순히 우상숭배나 저급한 종교문화의 행태라는 관점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인간이 우주만물과 원초적으로 교감하는, 또는 그러한 교감을 느끼는 힘의 발현이 30 양 인 정 는데, 본고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는 티베트의 두 악기 경우에도 그러한지 살펴 보기로 하자. 1. 다마루(Damaru) 다마루는 모래시계형의 작은 북(hourglass drum)이다. 손목을 돌려 악기의 몸체 를 회전시켜 연주하는 방식을 따서 간혹 ‘딸랑이북’(rattle drum)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림 1] 다마루의 모습5 몸체는 인간의 두개골, 즉 정수리의 반구 둘을 맞붙이고, 연결부를 오목하게 금 속 테를 둘러 장식하고 양 옆에 가죽을 대어 만들었다. 가운데 테에 부착된 두 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교감적 숭배의 대상에는 동식물, 금석류(金石類), 주문 (呪文), 주부(呪符), 주약(呪藥), 주구(呪具) 우상과 상징물 등 주술적인 목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력과 교감하려는 의도에서 제사 또는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물체가 포함된다. 주물숭배는 단지 자연숭배만이 아니라 애니미즘이 본질적으로 내재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주물을 숭배하는 목적이 이미 우주에 넘쳐 나는 생명력과 교감하려는 데 있다면 이는 벌써 애니미즘을 전제로 하 고 있기 때문이다. 해와 달의 운행, 땅·바다·바람 등에 대한 숭배는 고대 인류의 기 본적인 숭배 대상으로서 고대 인류는 이들의 운행 원리, 그리고 자신들의 모든 삶 의 원리와 동형적(同形的)인 모델을 추구함으로써 일상사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 장하려 했다. 거대한 자연물을 통해서는 우주의 큰 힘과 교통하려는 종교적인 측면 이 강했는 데 반해, 비교적 작은 자연물에 대해서는 대개 흑주술적(黑呪術的)인 측 면이 강했다. 흑주술이란 개인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타인을 해치려는 의도를 갖고 행하는 주술 행위를 말한다. 인터넷자료: “주물숭배” 한국 브리태니커 온라인 http://members.britannica.co.kr/bol/topic.asp?article_id=b19j3475a 2012년 8월5일 접속. 이처럼 초자연적 존재나 신비스러운 힘을 빌려 길흉(吉凶)을 점치고 화복(禍 福)을 가져오려고 하는 주술은 고래로부터 현대까지 인류 역사에 있어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5 왼쪽 그림출처: http://saisaibatake.ame-zaiku.com/gakki/gakki_jiten_damaru.html 오른쪽 그림 출처: http://coyotespaw.com/Detailed/55.html 2013년 3월 27일 접속. 티베트 악기재료에 나타난 상징적 의미 31 개의 줄 끝에는 방울처럼 동그란 추6가 각각 매달려 있다. 금속테 부분을 오른손 으로 잡고 손목을 회전하면 줄에 매달린 작은 추가 북면을 두드려 소리가 난다. 모든 다마루의 몸체가 인간의 두개골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위의 그림 맨 오 른쪽 보기에서처럼 오늘날에는 나무로 만든 것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악기 의 크기에 있어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그림 2] 종교의식 중 다마루의 연주모습7 다마루는 보통 딜부(drilbu)라고 불리는 종과 짝을 이루어([그림 2]의 왼쪽) 여러 종류의 티베트 불교의식에서 중요한 법구로 사용되고, 티베트 토속종교인 본 (bon)교 의식이나 티베트 탄트라 요기들의 수행의식인 최(chod)¨ 에서는 사람의 대퇴골로 만든 나팔 ‘캉링’([그림 2]의 오른 쪽)과 짝을 이루어 함께 연주된다.8 따라서 다마루는 일반인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종류의 악기가 아닐뿐더러 세속음 악 연주와도 완전히 무관한, 종교의식을 진행하는 ‘의식도구’로 사용되는 악기라 할 수 있다. 특히 의례에 사용하는 여러 악기 중에서도 종과 다마루는 오랜 수련 을 닦은 높은 지위를 가진 대표 라마승에 의해 연주되기 때문에 의례 중에 그 의미와 역할이 막중함을 짐작할 수 있다. 6 구슬 혹은 매듭으로 뭉쳐져 만듦. 7 왼쪽 그림출처: http://planet.esukhia.org/page/24/ 2013년 3월 27일 접속. 오른쪽 그림출처: http://pureground.ca/spiritual-direction-of-namdak-saling/ 2013년 3월 27일 접속. 8 티베트 종교의식에서의 연주관행을 보면 이처럼 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다른 법구를 동시에 들고 연주하는 특징이 보인다. 이는 상반된 두 가지 원리가 조화를 이룬다 는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비롯된 상징적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32 양 인 정 1) 티베트의 불교 다마루가 티베트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악기로 이해되고 있는 것인지를 알 아보기 위한 첫 순서는 악기와 연결된 종교적인 내용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다마루는 불교와 힌두교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악 기이기 때문에 이 악기에 담긴 상징적 내용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종교의 특징 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티베트 불교인 ‘라마교’는 티베트를 중심으로 중국, 인도, 몽골의 일부 지방 에서 발달한 대승불교의 한 종파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도의 탄트라 불 교와 티베트의 토착종교인 본교9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독특한 색채가 강한 불교 라 할 수 있다. 대승불교10를 크게 현교(顯敎)와 밀교11로 구분하는데, 현교는 천 태종, 선종, 정토종 등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의에 입각한 종파에 해당하고, 밀교(탄트라불교 tantric buddhism12)는 주술적 성향13이 강하면서 구전을 통해 9 본교에서는 우주에 많은 정령들이 존재하며 그들에 의해 세상의 길흉화복이 결정된 다고 믿는다. 선한 신령과 악령이 세상에 가득 차 있어 그런 신령들은 잘 숭배하면 인간에게 우호적이지만 박대하거나 괴롭히면 적대적이 되어 재앙을 일으킨다고 여 긴다. 이들 신령이 인간세계에 그들의 의사를 표시하도록 주술사(shaman)를 매개로 하는데, 주술사들은 엑스타시적(ecstatic) 무아경에서 이들 신령과 교통하여 신령들 을 달래며, 여러 희생제의를 드린다.